나만의 계절을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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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주작은갤러리 댓글 0건 조회 100회 작성일 26-09-07 11:4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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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에 이르길 마흔은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요, 쉰은 하늘의 뜻을 아는 지명(知命)이라 했다. 예순은 남의 말을 순순히 듣는 이순(耳順)이고, 일흔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종심(從心)이라 하였다. 옛 성인들의 이 발자국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나이마다 다다라야 할 마음의 완성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문득 돌아본 나의 삶은 여전히 서툴기만 하다. 작은 말 한마디에 가슴이 아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곤 한다.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번민하는 날이면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나는 아직도 이렇게 흔들리는데, 과연 잘 살아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본다. 나는 성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웠던 것은 아닐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마흔에도 길을 잃을 수 있고, 쉰에도 여전히 서툴 수 있으며, 예순이 되어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질 수 있다. 사람은 그저 시간의 결을 따라 조금씩 익어가는 존재일 뿐이다.
들판의 나무들을 본다. 꽃이 피는 시기가 저마다 다르고, 열매가 맺히는 계절도 다르다. 늦게 피는 꽃이라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며, 오래 견딘 나무의 열매가 오히려 더 깊은 맛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독 사람에게만 같은 계절과 같은 속도를 요구하며 남보다 먼저 성취하고 완성되기를 강요해 왔을까.
이제는 '종심'의 의미도 다르게 읽고 싶다. 완벽해져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쁨과 상처, 후회 속에서도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지. 나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내 마음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는 상태가 진짜 자유 아닐까.
진정 단단한 사람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아는 사람이다. 넘어지고 길을 잃으며 천천히 제 길을 찾아가는 삶 역시 충분히 아름답다. 흔들린다는 것은 내 마음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잘 산다는 것은 빈틈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나 자신'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이다. 돌아보면 인생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긴 경주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느린 여행이다.
오늘도 나는 완성되지 않은 나를 데리고 길을 나선다. 조금 늦으면 늦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를 토닥이며 걷는다. 나에게는 나만의 계절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으므로. 마침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내 마음의 방향을 믿고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만나는 가장 눈부신 자유일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이렇게 놀랍고 신기하게 지어졌으니 당신을 찬송합니다.”
— 시편 139,14
돌아보면 나의 부족함과 흔들림마저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나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넘어지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와 함께 걸으시며,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이끌어 주신다.
마침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내 마음의 방향을 믿고 걸어가는 것. 그리고 그 길에서 나를 지으시고 오늘까지 함께 걸어오신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만나는 가장 눈부신 자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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