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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가는 길, 그 길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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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주작은갤러리 댓글 0건 조회 96회 작성일 26-09-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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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는 저마다 걸어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넓고 환한 길이 열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좁고 외로운 길이 주어집니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멈춰 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돌아보면, 우리가 걷는 길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합니다.

“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겨라.
그러면 네가 계획한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 잠언 16,3

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내가 걸어가는 길을 하느님께 맡길 때, 비로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우리는 때때로 남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의 걸음을 재촉합니다.

‘저 사람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나는 왜 아직 이 자리일까.’
‘저 사람에게는 저렇게 좋은 일이 많은데 내 삶에는 왜 이리도 어려움이 많을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똑같은 길로 부르지 않으십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걷게 하시고, 누군가는 천천히 걷게 하십니다. 누군가는 평탄한 길을 걷게 하시고, 누군가는 수많은 굴곡을 지나게 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길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길을 믿고 걸어가는 것일 것입니다.

자연을 바라보면 그 이치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깊은 바다는 흐르는 시냇물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시냇물이 맑은 물소리를 내며 산과 들을 누비는 동안에도 바다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생명을 품습니다.

한겨울의 소나무도 가을 단풍을 시샘하지 않습니다.

단풍나무가 붉고 노란 빛으로 세상을 물들일 때에도 소나무는 자신의 푸름을 지켜냅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이 오면 오히려 그 푸른빛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젊은 날에 자신의 꿈을 이루고, 누군가는 긴 세월을 돌아서야 비로소 자신의 길을 발견합니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또 누군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는 박수의 크기도, 세상의 성공도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기준이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 요한 14,6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할 때,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길을 걷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 길이 평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눈물로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시편의 말씀처럼,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 시편 23,1

목자가 양 떼를 앞에서 이끌듯이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내일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믿음이란 모든 길이 평탄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길을 만나더라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올빼미는 눈부신 한낮에는 자신의 빛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누구보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삶에도 어둠의 시간이 있습니다.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것 같고, 아무리 노력해도 길이 열리지 않는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은 그런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에게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준다.”
— 이사야 41,10

얼마나 따뜻한 말씀입니까.

내가 힘들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내가 넘어질 때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십니다.

작고 뾰족한 바늘은 거대한 장작을 패지는 못하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을 더해 따뜻한 옷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의 작은 선행도 그러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어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작은 마음,
말없이 베푼 작은 사랑 하나가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겨자씨처럼 작은 믿음이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과부의 작은 헌금을 누구보다 귀하게 바라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크고 화려한 업적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한 작은 선행과 정성을 바라보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의 별빛도 그렇습니다.

별빛에는 사람의 몸을 데울 온기가 없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는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별빛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삶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 마태 5,14

우리가 세상의 모든 어둠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작은 빛 하나를 밝히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이웃에게, 교회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복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가진 것이 작다고 해서 스스로를 작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걸음이 남보다 느리다고 해서 조급해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신발을 신고 남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신발을 신고 내게 허락하신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 신자들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 필리 4,13

이 말씀은 무엇이든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일 것입니다.

오늘 조금 흔들렸다면 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어제보다 한 걸음 늦었다고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비바람이 불어 잠시 멈춰 섰다고 해서 길을 잃은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멈춤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시간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인생에도 수많은 계절이 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도 있었고, 낙엽이 지는 가을도 있었으며,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한 겨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겨울 뒤에는 반드시 봄이 찾아왔고, 어둠이 지나면 다시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시편의 말씀처럼,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어도 아침에는 기쁨이 온다.”
— 시편 30,6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입니다.

지금 조금 늦게 걷고 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걸어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 길 위에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바라보아야 할 풍경이 있으며, 나누어야 할 사랑이 있고, 피워내야 할 작은 꽃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남의 속도를 바라보며 조급해하기보다 내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해봅니다.

“주님, 제가 가야 할 길을 알게 하시고,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어도
주님과 함께 묵묵히 걸어가게 하소서.
남의 길을 부러워하지 않게 하시고,
제게 주신 삶을 사랑하게 하소서.
그리고 제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빛 하나가 되게 하소서.”

세상이 정해놓은 화려함보다 값진 것은
내가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살아내는 나만의 삶입니다.

남보다 빨리 가는 삶보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지 않는 삶이 더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긴 인생의 여정을 모두 돌아보는 날,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가장 잘 살아온 삶이란
가장 멀리 달려간 삶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삶도 아니라는 것을.

하느님의 손을 놓지 않고,
예수님께서 걸으신 사랑의 길을 따라
끝까지 나다운 모습으로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삶,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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