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도 아닌데
하염없이 주룩주룩 내린다.
가을비는 슬픔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논두렁 밭두렁을 적신다.
수확의 계절을 앞둔 들녘,
고개 숙인 벼이삭이
무거운 빗방울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린다.
사과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열매들도
빗물의 무게에
툭—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다.
농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빗방울이 뒤섞여
하늘을 원망도 못한 채 흘러내린다.
그러나 비가 그친 뒤
남은 것은 상처뿐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날
희망의 싹이 숨어 있다.
가을비는 아픔을 적시며
다시 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