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적시며
무게를 이기지 못한 누런 알밤들이
툭— 툭—
지붕 위에 떨어진다.
빗방울 사이로 들려오는 그 소리,
어릴 적 마루 끝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할머니의 숨결 같다.
비 냄새와 흙내음이 뒤섞인 저녁,
떨어진 밤들은 땅 위를 구르며
가을의 노래를 부른다.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마다
그리움이 묻어나고,
스산한 바람결 속에서도
따뜻한 정겨움이 피어난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내 나이 먹듯이 추억 처럼 가을밤은 그렇게 익어간다.